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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말....불쌍한 남편들이다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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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`서머타임제` 도입 논의가 한창일 때 일이다. 녹색성장위원회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뜻밖의 반대에 부딪히고는 적잖이 놀랐다. 바로 여성계였다.

당시 실무를 담당했던 위원회 과장은 "서머타임 핵심이 에너지도 절약하고 국민에게 `잃어버린 1시간`을 가정에 돌려주는 일인데 정작 여성계가 그렇게 반대할 줄은 몰랐다"며 놀라움을 표시했다. 여성계의 반대 이유도 정말 의외였다고 한다. 남편이 1시간 일찍 퇴근하면 저녁 밥 꼬박꼬박 챙겨줘야 하고, 주말도 아니고 매일같이 설거지, 청소할 때 TV나 떡하니 누워서 보는 꼴을 어떻게 보느냐는 것.

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`오전 8시 출근, 오후 5시 퇴근`을 들고나왔다. 그런데 여기서 서머타임 논란 때 얘기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.

박 장관이 제시한 `8-5제` 장점은 이렇다. 먼저 퇴근을 일찍 해 저녁을 일찍 먹게 되면 과식과 늦은 식사에 따른 성인병 예방 효과가 있다. 둘째, 일찍 퇴근하면 가족과 대화 시간이 많아 집 걱정 없이 회사 일에 더 집중하게 되고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. 셋째, 퇴근 후 자기계발에 투자할 여유가 생긴다. 이 밖에 여가를 활용한 내수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등이다.

물론 박 장관 견해처럼 이 같은 문화가 정착되면 `오래 일하는` 한국 기업문화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.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연간 근로시간(2009년 기준)이 2000시간이 넘는 유일한 나라다.

하지만 이것만으론 어렵지 않을까. 지난 4월 OECD 보고서에 따르면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 남성은 집안일을 가장 적게 한다. 하루 50분도 채 안 되는 최하위였다. 반면 한국 여성은 남성의 3배 이상인 하루 평균 3시간30분이었다.

남성의 가사노동시간은 덴마크가 하루 3시간 이상으로 가장 길었고 스웨덴, 호주, 독일, 네덜란드, 미국 등 이른바 선진국들이 상위권을 기록했다.

`가사=여성의 몫`이라는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오후 5시에 퇴근한들 여성계 주장처럼 여성 가사노동만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. 한국 남성도 `블루(일) 칼라`와 `레드(가정) 칼라`를 섞은 `퍼플 칼라`가 되지 않으면 `8-5제`가 성공할 수 없다.

2011/07/29 14:38 2011/07/29 14:38